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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오전, 대경영상의학과의원 본원(제니스점)에 갔다.

 

예약은 14일에 미리 했었는데, 11시 30분으로 잡았지만 '가예약' 이고 예약 확정은 당일 알려준다고 해서 혹시라도 변경이 될까봐 조금 걱정했다. 다른 지점은 어떠냐고 했더니 나팔관조영술은 본원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오전 9시 반쯤 전화가 와서 '예약 확정되었으니 원장님 퇴근시간 때문에 11시 10분까지 와서 대기해달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입구

도착했더니 복도 끝에 입구가 있었는데, 그 전 테이블에서 체온 측정, 코로나 관련 문진표 작성을 했다.

그리고 기다렸다가 원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보시고 들어가셔야 한다나 ....

11시 10분까지 오라고 해서 갔더니 이것때문에 그렇게 빨리 오라고 했나 싶고 뭐하는 건가 싶고 마음이 조급했다. (테이블을 맡아 안내하던 간호사(?) 분은 보다 직급이 높은 간호사분에게 사람을 한 명 더 보내줘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사람이 없다, 너 혼자 해야 한다' 는 말을 하는 상황도 목격했다 ...)

 

한 5분쯤 지나고 의사분이 나와서 훑어보더니 들어오시라 했고, 그동안 대기하던 사람들 모두 들어갈 수 있었다.

 

접수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데, 사람들이 꽤 많아 살짝 당황했다. 대경영상의학과에서 초진이었기 때문에 간단한 문진표와 문제가 될 수 있는 메트포르민 성분 약 복용 여부 등 작성하고 제출했다. 원무과 직원이 직접 안으로 안내하더라.. 이런 사소한 것에 만족도가 올라가겠다고 생각했다.

 

안내 받아 들어가 대기했지만 배란유도 때문에 처방받아 먹었던 메트포르민정 500mg 때문에 담당 방사선사분이 잠깐 기다리라고 했고, 순간 검사 취소되는 것 아닌가 생각에 너무 억울해서 '마리아병원에서 별 다른 말 없던데요' 라고 말했다. 몇 분 후 원장님이 괜찮다고 하셨다며 탈의 후 촬영하러 오라고 했다. 상의는 그대로, 주얼리도 그대로, 하의 착용하고, 가운 입고..

 

크게 떨지는 않았는데 내 앞에 나팔관조영술을 한 분 같은데...

그 분이 인상쓴 얼굴로 아랫배를 움켜쥐고 걸어나오는 걸 봤다. 남편으로 보이는 분은 괜찮아? 양말줄까? 하며 안색을 살폈다.

 

망했다.....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당장 더 무서웠던 것은 메트포르민 성분이 조영제와 만나(?) 신장질환 위험성이 올라간다는??? 안내였다.

 

촬영실로 가니 큰 기계가 있었다.

커다란 기계 발판 위에 신발을 벗고 올라 섰다.

기대고 있는 판 자체가 뒤로 넘어가 누운 자세가 되니, 바를 잡으라고 했다.

세로로 고정되어있던 판이 가로로 넘어갔고 누운 자세가 되었다.

 

자궁경부에는 조영제를 투입하기 위해 기구들이 고정되었고 불쾌감이 있었지만....

조영제 들어오는 고통에는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정말 아팠다.

진짜 아팠다.

그러나 검사를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소리 안내고 꾹 참는게 최선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칭찬을 해줬다 .....

통증에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아주 잘 참아주고 있다며..

'나팔관이 부어있어 조영제를 더 넣어 터뜨려버리자' 고 했다.

 

무슨말이지? 나팔관이 부어서 막혀있다는 말인가? 터뜨리면 난 어떻게 되는거지?

 

결국 3차례 조영제가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숨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적으로 말해주었다. 계속 잘 참는다고 지지해줬지만 결국 마지막 조영제가 추가로 들어왔을 때 나는 쥐어짜는 목소리로 "아파요" 라고 했다.

잘 참는 애가 아프다 해서였는지, 아니면 더이상 나팔관이 뚫릴 가능성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검사를 마쳤다.

 

누워있던 판이 세로로 서면서 벽이 된 후 그냥 내 목덜미는 땀에 쩔어 있었다.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정신도 못차리겠고, 식은땀은 나고, 어지럽고, 힘은 없고... 남편에게 검사 중 들었던 내용을 카톡으로 이야기 한 뒤에 탈의실 한켠에 있는 간이 소파에 누워서 눈만 감고 있었다.

 

결국 담당 방사선사분이 들어오셨고 주사/처치실 베드에 눕게 되었다.

다른 방사선사분이 오셔서 손을 잡아주시며 배에 따뜻한 팩을 올려주셨고, 간호사 분은 오셔서 혈압을 재주셨다.

90/60 이었다. 15분 정도 더 누워있다가 다시 혈압을 재자고 하셨지만 10분정도 있으니 정신도 말짱해지고 마음도 급해서 다시 혈압을 쟀다. 혈압은 같았지만 일어났다.

 

결과를 들으러 이기만 원장님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팔관조영술을 정말 많이 해봤다 하시며 정상(?) 나팔관 사진과 내 자신을 함께 비교하며 설명해주셨다. 조영제 주입 시간별로 어떻게 조영제가 들어가고, 정상의 경우 어떻게 되고, 내 경우는 어떻고 ...

조영제가 자궁경부로 들어가면 실처럼 얇은 나팔관을 통해 복강으로 퍼져나간다. 양쪽이 모두 열려있는 경우 검사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문제없이 복강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검사 초반에 원장님은 양쪽 나팔관으로 조영제가 들어가 실모양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별문제 없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 나팔관의 경우 이미 양쪽 나팔관 끝에서 복강으로 조영제가 흘러나올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왼쪽 나팔관에서 조영제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여러 컷의 사진 중 가장 뒷쪽의 사진에는 내 왼쪽 나팔관 끝(?)이 풍선모양으로 부풀어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나팔관 끝은 조영제가 나팔관을 통과해 복강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이 있었지만, 나팔관 초반부가 실처럼 가늘지 않고 동맥 모양처럼 굵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왼쪽 나팔관이 막혀있었다. 그동안 멘스 때 유독 왼쪽배가 아팠던 이유도 그것 때문일 수 있다고 ..

난자가 톡, 배란이 되면 나팔관 끝이 난자를 보자기로 감싸안듯 끌어 나팔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팔관 안쪽 표면의 아주 미세한 융모들이 비질을 하듯 일체 자궁방향으로 쓸어내어 꼬리도 없는 난자가 자궁쪽으로 이동을 한다. 정자는 열심히 꼬리를 움직여 나팔관 1/3 지점에서 난자와 만나게 되는데... 나의 오른쪽 나팔관의 경우에는 열려있긴 하지만, 자궁과 만나는 나팔관 쪽이 너무 확장되어있다고 했다.

약 3억마리의 정자('하지만 요즘은 택도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 원장님피셜) 중 가장 활동성 좋은 정자가 용케 오른쪽에서 배란된 난자와 만나 수정되더라도 나팔관이 좁지 않고 넓은 탓에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것처럼 착상을 못하고 흘러내리거나, 착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궁 외 임신의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확률도 말해주셨는데 10만분의 1 이던가...

 

나와 내 남편이 임신을 시도했던 건 201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그전엔 주기마다 1번씩? 약 4번 정도까지 거의 10차례가 안되긴 하지만.. 그동안 노력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았던 이유가 명확해지면서 이해가 가면서도 허탈하고, 근데 원인을 알아서 아주 조금은 시원하고, 그냥 12월에 바로 검사를 해볼껄 생각도 들고 그냥 멜롱이었다. 아무튼 시험관을 해야 할 듯 했다. '시험관 해야해' 생각만 들었다.

정확히 앞으로 어떤 시술을 할지는 산부인과의 영역이므로 더 말씀은 안하셨다. 다만, 조영제가 투입되었을 때 자궁이 확장되면서 통증이 유발되는데, 이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분들이 많다며.. 소리도 안지르고 아주 잘 참아줘서 검사하는 입장으로서 너무 수월했다, 정말 잘 참아줬다며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자궁난관조영 결과 소견

결과를 들을때나, 수납할 때나, 직원분과 간단한 대화를 할 때, 몇층 위 스벅으로 올라와 커피를 주문할 때, 받을 때 모두 담담하면서도 침착하게 '시험관이 가장 확률이 높겠구나, 정부지원이 어떻게 되더라, 과정도 봐야지' 생각도 하고 폰으로 검색해보고...

그땐 아무렇지 않았지만, 병원을 나와 남편과 통화를 할 때에는 그렇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목이 꾹 메서 빨리 가겠다고 하고 끊는 것이 최선이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결과를 알려주었다.

남편은 병도, 내 탓도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 된거 쌍둥이 도전하자고 했다. 쌍둥이? 생각하니까 기분이 풀렸다. 상상만 해도 좋았다.

 

조영제 값이 추가로 더 들었다.

검사 중 원장님이 조영제 추가 사용으로 값이 추가될 것이라 했다는데 내 기억에는 없다.. 어쨋든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나왔다.

항생제는 마리아병원에서 이미 처방받은 것이 있어 따로 처방받지는 않았다.

 

자궁난관조영술 검사비용 56,800원 지출

누적 지출금액 362,390원

 

 

이제 25일 마리아병원 진료가면 시험관 진행 원한다고 해야지.

그리고 AMH? 난소나이도 물어봐야지.

 

집에 도착하고 남편 얼굴을 봐서 긴장이 풀렸는지 부어있는 아랫배가 너무 아팠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음날이 일요일이란 생각에 무척 안심되어 마음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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